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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 깊을수록

한창 가을야구가 흥미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야구는 제가 유일하게 긴 시간이라도 끝까지 지켜보는 스포츠 종목으로 힘들어도 한 달에 한번은 좋아하는 야구팀의 경기를 꼭 챙겨 보면서 그 속에서 벌어지는 각종 작전과 변수 그리고 의외의 반전을 즐기는 시간을 갖곤 합니다.

처음 미국에 와서 정착한 지역이 자신의 제2의 고향이 되듯이, 저 또한 25년 전 미국에 처음 와 정착했던 시카고가 저의 제 2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시카고의 야구팀인 Cubs의 팬이 되었지요.

Cubs 팬들은 100년의 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월드시리즈를 우승을 보지 못한 저주 받은 팀의 불행한 팬이라는 조롱을 스스럼 없이 받아 들이는 내공(?)을 갖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시카고 사람들의 농담 중에서 “시카고 컵스가 우승할 때까지만 사십시오.”라는 말이 덕담으로 사용되기까지 하겠습니까? 정확히 107년 동안 우승을 해보지 못한 야구팀을 향한 컵스와 컵스 팬의 사랑은 어찌 보면 숙명과도 같은 사랑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금년 가을, 그렇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시카고 컵스가 월드 시리즈 우승까지 노릴 정도의 실력을 보이며 팬들을 잠 못들 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지역 우승을 차지한 후 팬들이 얼마나 감격해 하는지, 그 열광이 마치 월드시리즈를 이미 우승한 것처럼 밤새 거리를 행진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고 하니 10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우승에 대한 기다림의 깊이가 눈 앞에 보이는 희망 앞에서 얼마나 큰 기쁨으로 다가올 수 있을지 같은 Cubs 팬의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말에 제가 20년 전에 개척하여 14년을 섬겼던 일리노이주 어바나-샴페인에 있는 예수사랑교회에 가서 부흥회를 인도하고 오게 됩니다. 뒤돌아보니 그곳에서의 시간들도 한마디로 말한다면 ‘기다림’이라는 말로 표현하게 됩니다. 한 명의 교인을 기다리기 위해서 반년이라는 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하였고, 새벽기도를 함께 할 사람을 얻기 위해서 1년의 시간을 기다렸으며, 10명의 교인과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2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기다림과 기다림의 연속이었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꿈만 같았던, 기드온의 3백 용사와 같은 제자 3백 명을 양육하겠다는 기도가 드디어 이루어지기까지의 그 지루할 정도로 반복했던 100번이 넘는 제자훈련의 시간들, 바로 기다림의 시간들이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면서 우리는 깊이를 더해가고, 진정한 사랑을 또한 알아가게 될 것입니다. 금년 가을, 107년의 우승과 우리 센터빌 캠퍼스에 주실 하나님의 은혜가 기쁨과 감격으로 다가오기를 또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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